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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FAPA 마지막 날, 갈라 디너를 수놓은 한복 무대 공연

라니약사의 2022 FAPA 스케치 3편
전체 기획과 영상 및 무대 연출을 담당하며 느낀 '문화 컨텐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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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5 05:55
  • 수정 2022.11.25 08:46
  • 기자명 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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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약사들의 '학술 및 교류의 장'으로 알려진 아시아약학연맹(FAPA) 총회가 지난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컨벤션센터(KLCC)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28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FAPA 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되다가 4년만에 재개됐다.

이에 팜뉴스는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이향란 약사(부산시약사회 학술위원회 및 미디어컨텐츠위원회 위원장)를 통해 생생한 현장 분위기와 흥미로운 컨텐츠들을 전하고자 한다. 지난 1편2편에 이어 마지막 3편에서는 FAPA 총회 마지막날 갈라 디너(Gala dinner)에서 한국을 알리는 무대를 기획하고 직접 선보인 이향란 약사의 후일담을 전한다.

사진. 이향란 약사(2022 FAPA 현장)
사진. 이향란 약사(2022 FAPA 현장)

다른 나라 약사들과 문화교류를 하면서 각국의 약국 현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직접 듣고 이야기하며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이번 말레이시아 FAPA 행(行)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동기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늘 처음 계획과는 달리 180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란 걸 가르쳐 주려는 것이었을까요? 제가 수많은 아시아 약사님들 앞에서 궁중한복과 큰 가채(加髢)까지 쓰고 무대 위에 올라가 빙글빙글 돌고 있을 줄은 출국 2주 전까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예전에 한복 패션쇼를 서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영상 편집을 조금 할 줄 알아서인지, 아니면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을 좋아해 '전국 약대생 진로설명회 유튜브 라이브 토크쇼'와 같은 시(市)약사회 행사를 주관해서 였는지는 몰라도 제가 이번 2022 FAPA 마지막 날에 우리나라가 참가하는 갈라 디너 무대를 기획·연출하고 메인 무대를 직접 맡게 됐습니다.

고민 끝에 첫 무대 안무곡으로 정한 음악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OST였습니다. 이 노래는 말레이시아 뿐만 아니라 대만, 태국 등 아시아인들에게 한류 열풍으로 유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아시아 약사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대한약사회와 대만약사회의 MOU가 있었던 둘째 날 저녁에 공식행사인 'Taiwan night – Korea night' 만찬 때 대만 약사들과의 대화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슬쩍 운을 띄우자 "그 드라마 봤어요?"라고 흥분하며 이야기를 꺼냈는데, 차마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고 말할 수가 없어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사진. 이향란 약사(2022 FAPA 갈라 디너 무대)
사진. 이향란 약사(2022 FAPA 갈라 디너 무대)

그래서인지 첫번째 무대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 드라마 OST와 (나름대로 편집한) 동양적인 가을 풍경의 영상이 스크린에 드리워진 가운데 궁중한복을 입고 가채를 쓴 여인이 한 발 한 발 조용히 걸어 나오자, 디너를 서빙 받아 떠들썩하던 장내가 조금씩 조용해지며 무대에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처음에 기획을 의도한 대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역시 진리였습니다. 식사를 하던 외국인들은 모두 포크를 내려 놓고 휴대폰으로 오방색의 우리 옷과 우리 몸짓을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고 급기야 무대 앞쪽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도 짧았습니다. 부산에 살며 대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주 1~2회 서울로 상경했는데, 이 시간을 쪼개서 무대에 함께 오르는 대한약사회 민재원 국제위원장님과 안무를 맞춰보곤 했습니다.

결국 전체 기획과 무대영상 준비, 의상 준비, 연습실 섭외 후 최종 안무가 완성되고 나니 출국 전에 둘이 함께 만나 안무를 맞춰볼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 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안무를 연습하기로 한 날에 약속시간이 오전 10시였는데, 안무 영상작업을 만드느라 전날 밤을 꼴딱 새서 아침 7시 무렵에 서울 숙소에서 깜빡 잠이 들어 버려서 약속을 펑크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민 위원장님은 괜찮다고 오히려 저를 다독였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렇게 안무가 미완(未完)된 채로 말레이시아에 도착했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일부 심포지엄 참석과 공식행사 외에는 무대영상 편집작업에 모든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사진. 이향란 약사(좌), 민재원 위원장(우)
사진. 이향란 약사(좌), 민재원 위원장(우)

민재원 위원장님 또한 무척 바쁜 일정을 수행했습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FAPA 한국참가팀 인솔부터 시작해 우리나라 홍보부스 총괄, 통역 등 여러 업무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저희 둘은 틈만 나면 연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첫째날에 좁은 제 방에서 한 번, 둘째날에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숙소 10층 야외 수영장 입구에서 또 한 번 안무를 맞춰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갈라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운 옷을 입고 섰던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둘째날에 야외 수영장 입구에서 폭우가 내린 정원을 스크린 삼아 큰 소리로 전화하던 외국 여성분을 관객 삼아 조금은 뻣뻣하고 어설프게 합을 맞추던 '우중(雨中) 무대'가 저에겐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영화 속 장면인 것 같습니다.

사진. 갈라 디너 무대를 연습 중인 모습
사진. 갈라 디너 무대를 연습 중인 모습

전문가가 아닌 탓에 대단한 춤사위도 아니었지만, 저와 민 위원장님 모두 무대경험이 있어서인지 쭈뼛하지 않고 당당하게 무대를 연출하며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 (의상 역할 외에) 현장의 큰 호응을 이끈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예술과 스포츠 같은 '문화 컨텐츠'의 교류는 행사의 원래 목적이 무엇이든, 그 행사를 더욱 성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정성을 기울여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는 2024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제30차 아시아약학연맹(FAPA) 총회에서도 이와 같은 문화 예술 컨텐츠가 더욱 발전해 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한국을 찾는 아시아인들에게 보여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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