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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약'에 장난쳤는데 왜? 건보 등재 여부 알 수 없을까 

[연속기획 4편] '경방신약 임의제조 사태'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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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6 06:00
  • 수정 2022.09.19 11:33
  • 기자명 최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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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 최선재 기자
팜뉴스 최선재 기자

"저희 한방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약이 있습니다.
처방해드리겠습니다"

7월 15일 한의원을 찾았을 때 한의사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한의사는 감기와 비염 증상을 가라 앉히는 한약 제제를 2주간 복용하고 다시 만나자고 제안했다. 기자는 "한의원에서도 건강보험 약을 처방하는구나"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진료실 문밖을 나섰다. 

곧이어 한의원 원무과에서 약 봉투를 받았다. 봉투를 열어보니 짜 먹는 약(연조엑스 시럽제) 20개가 들어 있었다. 그때는 어떤 제약사에서 생산한 약인지 관심이 없었다.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 '건강보험 약제'라는 생각에 금방이라도 감기가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취재를 위해 우연히 들어간 '식약처 의약품 안전나라-행정처분' 홈페이지에서 대량의 한약 제제가 제조기록서 허위 작성 등 임의제조를 이유로 대규모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약을 생산한 제약사 이름은 경방신약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의원에서 약 봉투를 뒤졌다. 약 뒷면에 '경방(KYUNGBANG)'란 글자를 발견한 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경방신약이 약사법을 지키지 않고 한약 제제 104개 품목을 자신들 마음대로 제조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기자가 처방받은 약. 
기자가 처방받은 약. 

기자가 복용한 약은 '경방소청룡탕연조엑스(단미엑스혼합제)'였다. '혹시 임의제조한 약을 먹었을까"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한 이유다. 다행히 행정처분 목록에 경방소청룡탕연조엑스는 없었지만 찝찝한 마음은 여전했다.  

'다른 104개 품목을 복용해온 환자들이 이번 사건을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식약처 의약품 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행정처분 내역을 수시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경방신약 임의제조 사건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방신약이 104개 품목 외에 과거에 행정처분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파악하기 힘들다. 식약처 홈페이지 제약사 행정처분 기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공개 처리된다. 연속 기획으로 '경방신약 임의제조 사태'의 실상을 알리기로 결심한 계기다.

그러나 취재는 난항을 거듭했다. 식약처는 '행정처분 현황'을 통해 제약사 이름과 의약품 목록, 약사법 위반 사항, 행정처분 내역만을 간단히 공개할 뿐, 실제로 그 약이 어떤 약효를 지녔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행정처분을 받은 경방신약 104개 품목에 대한 약의 적응증(효과)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받은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방신약 사례도 마찬가지다. 경방신약의 104개 품목 중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아 급여 등재된 약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물론, 식약처 의약품 안전나라 홈페이지 '의약품 정보' 검색창에서 약사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을 받은 의약품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는 경방신약의 '경방조위승기탕'이 임의제조됐다는 이유로 지난 6월 급여를 중지했다. 하지만 경방조위승기탕이란 키워드를 식약처 '의약품 정보' 검색창에 입력해서 찾아보면, 여전히 '한방건강보험용'이라고 나온다. 

식약처 홈페이지 어느 곳에서도 경방조위승기탕이 건보 혜택을 받는 약으로 기재된 상태라는 얘기다. 경방조위승기탕을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환자가 '경방신약 임의제조 사태'를 계기로 자신의 약이 건보 급여 약제인지를 알기 위해 식약처 홈페이지를 찾더라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심지어 보건복지부가 경방조위승기탕에 대한 급여 혜택을 중지하고 퇴출했는데도 식약처가 '한방보험용' 약제로 명시했기 때문에 환자는 해당 약제가 '여전히 건보 혜택을 받고 있구나'고 느낄 수도 있다. 

경방신약이 저지른 약사법 위반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여지를 식약처 스스로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곧 행정처분을 받은 약의 건보 급여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식약처가 박탈한 것이다. 

결국 기자는 15일 식약처에 "환자들이 임의제조된 의약품의 급여 여부를 식약처에서 확인 가능한 방법이 없다"며 "경방조위승기탕의 경우 급여 삭제가 됐지만 식약처는 한방보험용약으로 명시 중이다. 어느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경방조위승기탕같은 혼합단미엑스산 제품은 의약품 정보로 검색하면 용법용량과 효능효과에서만 '한방건강보험용'이라고 나온다"며 "약국가 유통이 아니고 한의원으로만 유통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용법용량과 효능효과에서만 한방보험용으로 남아있다는 뜻으로 기재한 된 것이다. 따라서 식약처 홈페이지에 급여 여부를 표시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급여 삭제한 약을 식약처가 국민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방보험용'으로 기재한 점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없다. 더구나 행정처분 현황과 함께 간단한 표 형태로 급여 등재 여부를 표시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식약처 입장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의약품에 대해 장난을 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행위다. 해당 의약품이 국민의 피 같은 돈이 들어간 건보 혜택을 받은 약이라면 심각성은 더욱 크다. 식약처가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팜뉴스 취재진이 알리겠다. 어느 것보다도 소중한 '환자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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