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20년 전 떠오르는 킴리아, 글리벡 사태 재현하나

[환자를만나다] 2001년 최초 표적항암제 글리벡, 목숨걸고 이룬 약가 인하 투쟁
2021년 최초 CAR-T 항암제 킴리아, 초고가 급여등재 시작부터 '삐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2021.07.20 06:00
  • 수정 2022.08.26 19:06
  • 기자명 김민건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팜뉴스=김민건 기자] 선진국 대열에 뛰어든 대한민국임에도 선택받은 자만이 쓸 수 있는 신약이 있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세계 최초 CAR-T 치료제 킴리아(티슈젠렉류셀)다.

킴리아는 혈액암 환자의 본인 면역세포(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찾아내는 유전자 조작을 가한 뒤 투여하는 1인 맞춤형 치료제다. 단 한 번 투약으로 완치가 가능해 원샷(One shot) 치료제로도 부르는 이 약의 국내 비급여 약가는 4억6000만원이다.

킴리아는 혈액암 환자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약이자 마지막 희망이지만 가질 수 없는 자에게는 '죽음의 약'인 셈이다.

20년 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는 '기적의 신약' '마법의 탄환'이라고 불린 세계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Gleevec)을 개발했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을 줬다. 백혈병 환자 중 약 25%만 골수이식이 가능했고 이 외에는 치료법이 없었고, 이식을 하더라도 약 40%가 부작용으로 사망하던 시절이였다.

하지만 2001년 글리벡 국내 허가 당시 보험 약가는 1정당 2만3045원, 한 달 약가로만 300만원 이상이 필요했다. 2002년 4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98만원인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고가의 약 글리벡은 '죽음의 약'으로 불렸다.

고(故) 김상덕 씨의 글리벡 투쟁 활동(사진: 건강세상네트워크, 고 김상덕 씨 14주기 추모 자료)
고(故) 김상덕 씨의 글리벡 투쟁 활동(사진: 건강세상네트워크, 고 김상덕 씨 14주기 추모 자료)

#선택받지 못했던 고(故) 김상덕 씨와 백혈병 환자들

2006년 5월 26일 백혈병을 앓던 고(故) 김상덕 씨가 34살이란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오늘날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고가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활동가다. 그는 글리벡 약가 인하를 위해 피를 토하면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돈이 없어 죽어가는 또 다른 자신을 살리기 위해 살았다.

2003년 정부와 노바티스가 보험 약가를 놓고 여전한 줄다리기를 하던 사이 백혈병 환자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이들이 처한 비극적 현실을 돌아봐주지 않았다. 2003년 2월 27일자 한겨레 보도 '희귀·난치병 환자들 고통은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 기사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백혈병 환자들이 한국노바티스 지사 앞에서 가진 약가 인하 요구 집회에서 한 환자는 "처음에 집을 팔았고, 그 다음 전셋집에서 사글세로 옮겼고, 지금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아이를 볼 수조차 없다"고 했다. 고가의 약가는 환자들의 직장을 빼았고 가정을 부쉈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백혈병 환자들의 마지막 수단은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이었다. 김상덕 씨도 그 속에 있었다. 선택받지 못한 많은 백혈병 환자들과 함께였다. 

고(故) 김상덕 씨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환자가 먹어야 약이지 비싸서 못먹는 약은 약이 아니다"고 외쳤다. 20년 전 백혈병 환자들이 목숨을 걸고 나섰던 '글리벡 투쟁'을 통해 300만원이 넘던 약가는 30만원(환자 부담금 기준)까지 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고(故) 김상덕 씨와 만성 백혈병 환자들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을 하는 백혈병 환자들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을 하는 백혈병 환자들

#노바티스, 글리벡과 킴리아

지난 16일 킴리아는 급여 관문 첫 단계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이 불발됐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표현을 빌리자면 "상정조차 되지 않은 당혹스런 사태"다.

킴리아는 세계 최초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를 이용한 항암제로 20년 전 글리벡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의약품이다. 신약 가치와 혁신성, 고가의 약가, 백혈병 환자의 마지막 희망 등 동일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보험 약가 등재 과정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3~6개월 내 사망하게 되는 200명의 재발·불응성 말기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와 림프종 환자는 '가질 수 없는 약'이다. 이들에게 더 이상 치료법은 없다.

백혈병환우회는 "초고가 약값을 감당할 경제적 여유가 되는 환자는 죽지 않고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환자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약값이 없어 건강보험 적용만 기다리다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킴리아 암질심 상정이 되지 않은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초의 CAR-T 치료제인 킴리아가 향후 개발될 또 다른 초고가 CAR-T 치료제 급여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약 5억원의 킴리아 약가를 어떻게 분담할지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백혈병 환우회는 "초고가 약가 이슈만 있는 킴리아가 당연히 암질심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재정 분담 논란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면역항암제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노바티스에 합리적 재정 분담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킴리아가 꿈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거대 B세포 림프종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모두 말기암 환자에서 완전 관해와 지속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2001년 등장한 글리벡도 '기적의 신약'으로 불렸다. 글리벡 복용 후 5년 생존율이 93%에 달했다. 국내 백혈병 환자들의 요청으로 미국과 스위스에 이어 전세계 3번째로 국내 판매가 이뤄졌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표적항암제를 개발한 노바티스는 1정당 약가를 글로벌 기준인 2만5005원으로 확정하고 물러서지 않았다. 복지부는 만성기 백혈병 환자도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고 약가 1만7862원으로 고시 예고했다. 노바티스는 "한국에서는 글리벡을 판매하지 않겠다"며 강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복지부는 약가를 다시 2만3405원으로 올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백혈병 환우회는 "최초 표적치료제 글리벡 건보 등재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최초 CAR-T 치료제 킴리아 만큼은 건보 등재 장기화로 환자가 죽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킴리아는 올해 3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급성림프구성 백혈병(ALL) 치료에서 25세 이하 소아 또는 젋은 성인 환자의 이식 후 재발, 2·3차 재발 또는 불응성에 사용하도록 허가됐다. 거대 B세포 림프종(DLBLC) 치료에서도 두 개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하거나 불응한 성인에 사용토록 승인됐다.

킴리아는 25세 이하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서 관해율 82%,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에서 관해율 39.1%라는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였다.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약 60~65%는 기존 항암요법으로 완치 후에도 40%가 재발을 겪는다. 이 경우 예상 수명은 6개월 미만이다. 킴리아를 투여하면 생존율을 60%까지 올릴 수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