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휴가 때면 제주도의 한라산 둘레길이나 올레길 걷기를 좋아한다. 제주의 푸른 하늘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산과 바다의 풍광을 보면서 걷는 것은 모든 시름을 잊게 해준다. 제주 올레의 환상적인 길들 중에서도 제6코스를 걷다 보면, 서귀포 시 동쪽으로 가는 길에서 유명한 정방폭포를 만나게 된다. 산으로부터 내려온 긴 폭포수 줄기가 곧바로 바다에 떨어지는 그 수려한 경관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그런데 정방폭포로 내려가는 길 바로 옆에 ‘서복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진나라의 진시황제(秦始皇帝, 기
프랑스의 문학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가 쓴 단편 소설 '별'(1885)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프로방스 지방 어느 목동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예전에 한국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바 있다. 이와 함께 도데의 또 다른 단편 소설 '마지막 수업'(1873) 역시 국어 교과서에 실렸는데, 이 작품은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지대인 알자스로렌(Alsace Lorraine) 지방을 그 무대로 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전쟁의 결과로 인
작년 12월 초, 서울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Song of Redemption)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오상일 교수의 기획전시회에 다녀온 일이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그 전시회는 인간의 실존적이고도 매우 심오한 주제를 다루었기에 필자는 큰 관심 속에 주의 깊게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드러난 작가의 작품 세계에는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탐욕과 더불어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 소외, 불안 그리고 슬픔과 한(恨) 등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이는 작가가 한국전쟁이
프랑스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Gabriel Coco Chanel, 1883-1971)이 남긴 명언이 있다.그것은 바로 “죄책감은 아마도 죽음의 가장 고통스러운 동반자이다(Guilt is perhaps the most painful companion of death)”라는 말이다.
많은 분들이 1986년 작 영화 「미션」(The Mission)을 기억할 것이다. 특히,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주제음악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의 아름다운 선율로도 매우 유명하다.이 영화의 주제음악은 나중에 그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환상 속에서’(Nella Fantasia)라는 곡으로 전 세계에 다시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에는 유명 배우 두 사람이 주인공 역할로 등장하는데,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가브리엘 신부 역으로 나오고, 배우 로버트 드 니로는 회개한 예수회 수도사 로드리고
필자는 비틀즈(The Beatles)의 노래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비틀즈의 전설적인 명곡 ‘렛잇비’(Let it Be)의 가사 중에는 ‘가슴이 미어지는’ 혹은 ‘마음이 부서지는’(brokenhearted)이란 표현이 나온다, 즉, “세상에 살고 있는 마음이 부서진 사람들”(the brokenhearted people living in the world)에 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이처럼 큰 시련의 아픔을 겪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가 내 부서지는 마음의 고통을 진실로 함께 아파하
보건의료 현장의 영적 돌봄(spiritual care)은 실로 놀라운 힘을 드러낸다. 오랜 병고로 인해 쇠약해진 환자의 육체적 상태가 본래 상태로의 자연적 복원 능력 바깥으로 일탈한 모습을 보여 준다면, 이제 영적인 차원에서 이를 대면하고 수용하면서 보다 근원적인 복원을 시도하게 된다.거룩한 실재와의 초월적 의미 통교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생명 안에 내재하고 있던 근원적인 온전함(wholeness)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이처럼 영적 돌봄을 통해 이루어지는 초월적 의미 통교 안에서 사랑과 연민의 체험이 가능
필자는 가톨릭 사제이지만 이따금 불교 경전(sutra)을 읽고 공부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과 고통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그 궁극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탐구와 깨달음이 거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그중 하나인 법구경(法句經)에는 인간의 언어에 관련한 중요한 가르침들이 있다. 그중에서 몇몇 내용들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쓸 데 없는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하며, 말을 삼가고 잘 다스려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가르침들이 주어진다. “진실만을 말해야 하리.”(제17장 Kodha Vagga 忿怒品, 제
미국 남플로리다대학교 의과대학의 종양학 교수 로도비코 발두치(Lodovico Balducci)는 ‘치료’(cure)와 ‘치유’(healing)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항상 그렇게 되지는 않다. 때로는 치료가 되었으나 치유에는 도달하지는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치료에는 실패하였지만 치유에 도달한 경우도 있다.이를 위해, 암으로 투병했던 메리(Mary)와 프란세스(Frances)의 두 가지 사례가 제시된다. 메리는 유방암으로 고통 받다가 절제 수술 후 항암과 재건 등 모
2020년 한 해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인해 여러 어려움들을 겪으며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그중 가장 고생한 분들은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며 헌신해온 의료진과 보건의료 실무자들일 것이다. 대한민국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노고와 헌신에 경의를 보낸다. 그리고 그러한 맥락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한 젊은 의료인의 영적 체험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폴 칼라니티(Paul Kalanithi, 1977-2015)는 그의 자서전적 저서 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흐름출판, 2016)